2026년 현재, 한국의 주요 조선사들은 단순한 하청 업체를 넘어 미 해군 태평양 함대의 작전 지속 능력을 담보하는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아메리카 조선업 재건' 정책과 중국의 해양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이번에는 HD현대중공업의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 사업) 시장에 진입하고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2026년 1월 현재 시점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층분석하여 HD현대중공업의 주가 전망을 예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지정학적 배경과 전략적 필연성
1.1. 미 해군의 준비태세 위기와 구조적 한계
미국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후방 지원 인프라, 즉 조선 및 수리 산업 기반은 냉전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1980년대 이후 상선 건조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내 조선소들은 노후화된 설비와 숙련된 노동력 부족, 그리고 높은 인건비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 일정을 지연시켜, 결과적으로 전력 공백을 초래하는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비화되었다.
카를로스 델 토로(Carlos del Toro) 미 해군성 장관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24년 초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를 직접 방문하며 '동맹국 기반의 MRO 생태계(Allied Shoring)' 구축을 천명했다. 그는 한국 조선소들의 공정 관리 능력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그리고 납기 준수 능력을 목격하고,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1/N 수준 비용으로 고품질의 함정을 건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2. 인도-태평양 지역의 작전 환경 변화
미국과 중국 간의 해양 패권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미 7함대를 위시한 전방 전개 해군력(Forward Deployed Naval Forces)의 가동률 유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작전 지역인 서태평양에서 미 본토(샌디에이고, 하와이 등)로 함정을 회항시켜 수리하는 것은 막대한 이동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며, 전력 공백을 야기한다. 이에 따라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와 군사해상수송사령부(MSC)는 작전 지역과 인접한 한국의 조선소들을 '거점 정비 허브'로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전시(戰時) 상황에서 손상된 함정을 신속하게 복구하여 전선에 재투입하는 '전력 재생(Regenerating Combat Power)' 능력 확보와 직결된다.
2. 제도적 기반: MSRA 인증과 한미 협력
한국 조선사들의 미 해군 MRO 시장 진입은 개별 기업의 영업력이 아닌, 양국 정부 차원의 제도적 합의인 함정 정비 협약(Master Ship Repair Agreement, MSRA) 체결을 통해 가능해졌다.
2.1 MSRA 인증의 의미와 절차
MSRA는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 및 정비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자격 인증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력 검증을 넘어, 미 정부가 요구하는 엄격한 보안(Security), 품질(Quality), 재무 건전성(Financial Viability) 기준을 충족해야만 부여된다. 과거에는 주로 미국 내 조선소나 극소수의 해외 기지에만 부여되었으나, 2024년을 기점으로 한국 조선사들에게 이 문호가 개방되었다.
2.2 주요 기업의 MSRA 획득 현황
2024년 상반기, 한국의 양대 조선 그룹은 치열한 경쟁 끝에 거의 동시에 MSRA 자격을 획득하며 시장 진입의 빗장을 열었다.
이러한 인증 획득은 미국 존스법(Jones Act, 1920년 제정)의 제약을 우회하고, 동맹국 자산을 활용하려는 미 행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 간 물자 수송을 미국 선박에 한정하지만, 해외에 전개된 해군 함정의 수리는 예외적으로 해외 우수 조선소에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
3. 기업별 전략 및 실행 분석: 시장의 양강 구도와 신규 진입자
2026년 1월 현재, 한국의 미 해군 MRO 시장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라는 두 거대 기업의 주도 하에, HJ중공업과 같은 중견 조선사가 가세하는 '2강 1중'의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3.1 한화오션: 공격적 인수합병과 수직 계열화 전략
한화그룹 편입 이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방산과 조선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3.1.1 미국 본토 거점 확보: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
한화오션은 국내에서의 MRO 수행을 넘어, 아예 미국 본토의 생산 기지를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2024년 6월 20일,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를 1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략적 의도: 이는 존스법의 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향후 미 해군 함정의 신조(New Build) 및 미국 내 MRO 물량을 직접 수주하기 위한 교두보이다. 한화는 이곳에 약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하여 연간 건조 능력을 기존 1.5척에서 20척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시너지: 한국 거제 조선소의 고효율 생산 기술을 미국에 이식하고, 미 해군과의 접점을 넓혀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방산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포석이다.
3.1.2 MRO 수주 및 수행 실적
한화오션은 한국 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 함정 MRO 실적을 쌓으며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1호 프로젝트: USNS 월리 시라 (Wally Schirra, T-AKE 8)
계약 시기: 2024년 8월
함정 제원: 루이스 앤 클라크급 탄약·화물 보급선, 만재배수량 4만 톤급.
수행 내용: 거제 조선소에서 약 7개월간 선체, 추진 기관, 전기 시스템 등에 대한 대규모 정비(Overhaul)를 수행.
결과: 2025년 3월 성공적으로 인도되었으며, 미 해군으로부터 "새 배와 같은 상태(Like-new condition)"라는 극찬을 받았다.
2호 프로젝트: USNS 유콘 (Yukon, T-AO 202)
계약 시기: 2024년 11월
함정 제원: 헨리 J. 카이저급 급유함, 3만 1천 톤급.
진행 현황: 2025년 4월 인도 목표로 정비 작업 수행 중.
3호 프로젝트: USNS 찰스 드류 (Charles Drew, T-AKE 10)
수주 현황: 2024년 말 수주, 2025년 내 작업 수행 예정.
한화오션은 2024년 한 해에만 연달아 수주에 성공하며, 초기 시장의 신뢰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3.2 HD현대중공업: 기술력과 압도적 생산능력(Capa)의 결합
세계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은 초기에는 도크(Dock) 여유 부족으로 MRO 입찰 참여에 신중했으나 , 2025년을 기점으로 조직 개편과 계열사 합병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3.2.1 현대미포조선 합병과 전용 조직 신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MRO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5년 말 계열사인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하는 결단을 내렸다.
합병 효과: 현대미포조선은 중형 선박 건조 분야 세계 1위로, 미 해군 지원함(T-AKE 등)의 체급에 최적화된 도크와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대형 상선 건조 일정과의 간섭 없이 MRO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조직 개편: 기존 특수선사업부를 '함정·중형선사업부(Naval & Medium-Sized Ship Business Unit)'로 확대 개편하여 MRO 사업을 전담하게 했다.
3.2.2 MRO 수주 및 수행 실적
HD현대중공업은 '범위 확장(Scope Creep)'에 대한 유연한 대응 능력을 과시하며 미 해군의 신뢰를 확보했다.
1호 프로젝트: USNS 앨런 셰퍼드 (Alan Shepard, T-AKE 3)
계약 시기: 2025년 8월
작업 수행: 2025년 9월 울산 조선소 입항, 2026년 2월 6일 출항.
특이 사항: 당초 계약된 정비 항목은 60여 개였으나, 정비 과정에서 40여 개 항목이 추가되어 총 100여 개 항목으로 작업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이를 납기 지연 없이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미 해군 반응: "앨런 셰퍼드함이 고품질의 선박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HD현대중공업을 "최고의 파트너"로 지칭했다.
2호 프로젝트: USNS 세자르 차베스 (Cesar Chavez, T-AKE 14)
계약 시기: 2026년 1월 7일
작업 일정: 2026년 1월 19일 정비 시작, 2026년 3월 인도 예정.
의의: 1호선 인도 직후 2호선 계약이 체결된 것은 HD현대중공업의 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었음을 의미하며, 연속적인 수주 흐름(Pipeline)이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3.2.3 글로벌 파트너십
HD현대중공업은 미국의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기술 협력 및 공동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또한 필리 조선소와도 한화 인수 이전에 이미 MOU를 체결하여 설계 및 자재 공급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3.3 신규 진입자: HJ중공업과 중견 조선소의 부상
2026년 1월, 부산 영도조선소에 미 해군 함정이 입항하면서 MRO 시장은 대형 3사를 넘어 중견 조선소로까지 확장되었다.
USNS 아멜리아 이어하트 (Amelia Earhart, T-AKE 6)
입항: 2026년 1월 12일 부산 HJ중공업 영도조선소.
배경: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은 과거 수리 조선업의 명가였으며, 최근 경영 정상화와 함께 특수선 및 MRO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었다. MSRA 인증 절차를 밟고 있던 중 첫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다.
시장 함의: 미 해군이 특정 대형 조선소에만 의존하지 않고, 한국 내 가용한 모든 적격 조선소를 활용하여 '정비 용량(Capacity)'을 최대화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전체가 미 해군의 거대한 '정비창' 역할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
4. 기술적 분석 및 운영 현황
4.1 대상 함정의 특성 및 정비 소요
현재 한국 조선소들이 수행 중인 MRO 물량은 주로 미 군사해상수송사령부(MSC) 소속의 지원함들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전투함은 아니지만, 항공모함타격단(CSG)의 작전 지속을 위해 필수적인 유류, 탄약, 식량 등을 보급하는 핵심 자산이다.
4.2 '범위 확장(Scope Creep)'과 한국 조선소의 경쟁우위
MRO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난관은 '입고 후 추가 발견되는 결함'이다. 함정이 도크에 들어와 분해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노후화된 부품이나 부식 부위가 많기 때문이다.
앨런 셰퍼드함 사례: 당초 60개 항목으로 계약되었으나, 정밀 검사 후 100개 이상으로 작업량이 늘어났다. 미국 조선소였다면 부품 조달 지연과 인력 부족으로 수개월의 공기 지연이 발생했을 상황이다.
한국의 대응: HD현대중공업은 통합된 자재 공급망(Supply Chain)과 풍부한 숙련 기술자들을 즉시 투입하여, 늘어난 작업량을 기존 일정 내에 소화해냈다. 이러한 '대응 탄력성(Resilience)'이야말로 미 해군이 한국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5. 경제적 파급 효과 및 재무 분석
5.1 시장 규모와 매출 전망
미 해군의 연간 함정 유지보수 예산은 약 145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 중 태평양 지역 배정 예산과 한국 기업이 수주 가능한 비전투함 물량만 고려해도 수조 원대의 시장이 형성된다.
안정적 수익원(Cash Cow): 상선 건조 시장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사이클 산업'인 반면, 해군 MRO는 함정이 운용되는 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순환적(Non-cyclical)' 매출원이다. 이는 조선소들의 불황기 완충 장치 역할을 하며, 현금 흐름을 개선한다.
미래 성장성: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사들이 현재의 보급함 정비를 넘어 향후 구축함(DDG) 등 전투함 정비까지 영역을 확장할 경우, 2030년경에는 해군 함정 사업 부문에서만 연간 2조~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5.2 주식 시장 반응 및 기업 가치 재평가
MRO 수주 소식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즉각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주가 상승: 2026년 초, 한화오션의 주가는 연초 대비 약 32%, HD현대중공업은 약 27% 급등했다. 이는 미 해군 MRO 사업이 단순한 테마를 넘어 실질적인 이익 성장 동력(Earnings Catalyst)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권가 분석: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HD현대중공업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470,000원)하며, 특수선 사업의 가치를 밸류에이션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
6. 향후 전망과 전략적 과제 (2026-2035)
6.1 'MASGA' 프로젝트의 심화와 참전국형 동맹 진화
미국의 정권 교체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동맹국을 활용한 조선업 재건'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국방 예산 증액과 한국 조선업 협력을 강조한 바 있어,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한미 동맹이 단순히 미군이 한국을 지켜주는 관계에서, 한국의 산업 능력이 미군의 작전 지속성을 지탱해주는 상호 의존적 관계로 진화함을 의미한다.
6.2 전투함 정비 및 신조 시장 진출 가능성
현재는 미 연방법(10 U.S.C. § 8680)상 전투함의 해외 정비가 제한적이지만, 미 해군 전력의 노후화와 중국의 위협을 고려할 때 이 규제는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투함 MRO: 구축함이나 상륙함이 일본 요코스카 기지나 미 본토로 가지 않고 한국에서 창정비를 받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잠수함 사업 연계: 한국은 캐나다의 60조 원 규모 잠수함 사업(CPSP)을 두고 독일과 경쟁 중이다. 미 해군 MRO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쌓은 '나토(NATO) 표준 호환성'과 '신뢰성'은 캐나다 수주전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6.3 리스크 요인
미국 내 노조 반발: 일자리 유출을 우려하는 미국 조선소 노조의 정치적 압력이 변수다. 한화의 필리 조선소 인수는 이에 대한 전략적 헤지(Hedge)로서, "미국 내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명분을 제공한다.
보안 유지: MRO 대상이 고가치 전투함으로 격상될수록, 미군 수준의 보안 인가(Security Clearance)와 기술 보호 조치가 요구될 것이다. 이는 한국 조선소에 추가적인 비용과 관리 부담을 줄 수 있다.
결론 (Conclusion)
2026년 1월 현재, 한국 조선업계는 미 해군 MRO 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의 파도에 성공적으로 올라탔다. 한화오션의 과감한 미국 진출과 HD현대중공업의 탄탄한 기술적 대응, 그리고 HJ중공업 등 중견 조선소의 가세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미 해군의 태평양 병참기지'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한다.
사용자의 질문인 "MRO 관련 내용은 없는가?"에 대해, 이제 우리는 "관련 내용이 넘쳐나며, 이는 한미 동맹과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를 재정의하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고 답할 수 있다. 2024년이 시작점이었다면, 2026년은 도약기이며, 향후 10년은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방산 MRO의 표준을 세우는 성숙기가 될 것이다.



